하네다 항공기 충돌사고의 교훈

입력 2024-01-05 17:33   수정 2024-01-06 00:23

새해 연휴를 보내고 귀국하는 승객 367명을 태운 일본항공 516편이 도쿄 하네다공항에 착륙하던 도중 해상보안청 항공기와 충돌했다. 구호 물품을 싣고 노토반도 지진 현장으로 향하던 해상보안청 항공기는 불덩이가 됐고 탑승자 6명 중 5명이 사망했다. 516편 에어버스 A350 여객기도 빠르게 불타기 시작했다. 객실이 짙은 연기에 휩싸여 승무원들이 손전등을 사용해야 했다. 20분도 채 안 돼 여객기는 화염에 휩싸여 전소됐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여객기 승무원 12명과 승객 367명은 모두 살아남았다.
겁먹었지만 차분했던 승객들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온 17세 승객 안톤 데이브는 영국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객실 승무원들조차 겁먹은 모습이 보였다”며 “그런데도 나만 살겠다고 앞으로 달려 나가는 사람은 없었고 승객들은 차분했다”고 전했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에게 일본인들이 위기 상황을 극복한 비결을 물어봤다. 이매뉴얼 대사는 “일본은 사회적으로 개인의 명예, 공동체에 대한 책임, 권위에 대한 존중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일 이번 사고가 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미국인들로 가득 찬 JFK공항의 델타항공편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다. 3A 좌석에 앉은 남성은 가방을 챙기려고 선반을 뒤적이며 통로를 막고 있었을 것이다. 한 20세 여성이 좌석에 서서 틱톡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며 소리를 지르는 장면도 상상된다.

미국의 개인주의는 아름답지만 나르시시즘(자기애)으로 기울기 쉽다. 최근엔 전통적 사회 공동체 의식이 흐려지고, 상대방이 올바른 일을 할 것이란 기대도 줄어들고 있다. SNS에는 미국인이 다른 미국인의 재산을 강탈하고 차를 빼앗는 모습이 넘쳐나고 있다. 인터넷 미디어 이미지의 범람으로 사람들은 이성보다 각자의 감정을 더 존중하는 분위기다. 사람들이 격렬한 공포를 느끼면 그 감정에 충실해야 하고, 자제력이란 덕목은 그다지 존중하지 않는다.
책임감 부족해진 미국인
미국인들의 가장 큰 덕목은 창의성이다. 최신 의료 기술과 기기를 만들어낸다. 항상 세상에 대해 고민하고 때로는 어지러운 방식으로 세상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돈과 명예, 화려함도 좋아하지만 더 진지한 성취를 원한다. 많은 이가 예술가가 되기 위해 대본과 노래를 쓰고 공연하고 싶어 하며, 미국 예술가들은 전 세계에서 각광받는다.

그러나 ‘미국 스타일’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꼭 구식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예절만 지키면 된다.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과 진정한 관심, 감정에 이성을 더하는 것이면 된다. 그리고 어른답게 행동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인에게 부족한 덕목 중 하나는 책임감이다. 충돌 사고 현장에서 여러분은 어떤 역할을 맡았을까. JFK공항의 델타항공편 15F 좌석에 휴가를 나온 육군 특수부대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고 상상해 보자. 승무원이 그에게 머리 위 선반을 뒤지며 통로를 막은 일등석 승객을 비키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서둘러 승객들을 대피시키는 장면을 기대해 본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What America Can Learn From the Tokyo Crash’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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